폐업 전 이야기2011/11/03 10:45
이미 어느 정도 이야기 했던 것이지만, 확고하게 말씀을 드리고 양해를 구해야 할 것 같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또 키보드 앞에 앉습니다.

이미 아시겠지만, 저는 그동안 남한의 정치에 대해 큰 관심을 보여왔고 그에 대한 평론 비스무리한 글들을 블로그나 트위터에 올려서 '정신적으로' 먹고 살던 룸펜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현실정치와 인연이 닿아, 이름을 공공의 영역에 내걸고 일을 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그런 전차로 많은 좋은 분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지요.

그러다 생각한 것이... 더 이상은 인연을 맺은 분들께 누를 끼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제 정치적 자산이란 것은, 어떠한 노력이나 학문적 성과가 없이, 그저 몇 개의 돌출발언으로 얻었기 때문에 갈수록 그 질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동시에 함께 패를 맞잡고 있는 여러분께 피해를 주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오늘부터는, 되도록이면 공식적으로 (정치적) 주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다시 본연의 '아무 것도 없는' 신분으로 돌아가 조용히 공부하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동안 보잘 것 없는 제 정치평론을 읽어주시고, 아낌없는 조언을 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더 가치있는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많은 응원도 - 염치없지만 -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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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전 이야기2011/10/21 11:44
녹색당 창당 발기인 대회는 9월 30일도, 10월 31일도 아닌 10월 30일이라고 합니다. 31일은 월요일이네요. (...)

10월 30일, 선유도 공원에서 (가)녹색당 창당 발기인 대회가 열린다. 남조선에서도 유럽 등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처럼 정당으로서의 환경운동조직이 건설되는 것이다. 사실 남조선에서 아예 녹색당 건설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전에도 초록정치연대랄지, 초록당 사람들(준)이라는 이름의 조직들이 존재했지만 그동안은 정말 '준비'만 했던 조직들이었다. 그 준비와 노력들이 이제 결실을 얼마 앞두지 않은 셈이다.

녹색당 창당의 배경과 구성

사실 그동안 이들이 '준비'만 열심히 하는데는 이유가 있었다. 남조선의 인민들이 '생태'라는 가치를 부차적인 가치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먹고 살 만 하면, 그때쯤 생태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는 아주 '자애로운' 생각들이 지배적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런 생각들이 쉽게 깨질 수도 있다는 게 최근 이웃나라 일본의 재해로 인해 확인되었다. 막연하게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던 핵발전소(원전)이, 사실은 다른 이름의 핵폭탄일 수도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남조선에서 '녹색당 창당'이란 담론이 공론화된 시점은 이 이후였다. 시점만 놓고 보면, 애당초 일본의 일을 기회로 삼아 남조선에서도 녹색당 창당을 해보겠다는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다. 물론 이후의 상황은 이들의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았는데, 핵발전소에 전기 생산량의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다는 남조선의 현실논리가 등장했고 사람들이 이에 동조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번 창당 발기인 대회에는, 애당초 이들이 노렸던 것처럼 많은 '탈색된 민간인'들이 참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초록당 사람들(준) 같은 기성정치조직이 참가하는 동시에 그동안 환경운동을 해 온 환경운동연합 같은 기성 환경운동 그룹들, 생태에 관심있는 소수의 '탈색된 민간인'과, 그리고 - 녹색당을 조직하는 입장에서는 아주 고맙게도 - 삽질을 크게 해주는 진보신당 같은 진보정당에 크게 실망, 대안정치세력을 찾는 활동가 및 당원들이 참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녹색당 우경화의 바람

문제는 이들 간에 약간의 동상이몽이 있는 것 같다는 거다. 초록당 사람들(준)이나 환경운동연합 같은 기성 환경운동그룹들은 이 당을 오롯한 생태주의 정당으로 꾸미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반해, 기성 정당 영역에서 대안을 찾아 녹색당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은 적-녹 정당의 실현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인지는 모르나, 벌써 오랫동안 생태운동을 해오신 녹색평론의 김종철 선생이 "적색과 녹색은 같이 갈 수 없다"(http://cafe.naver.com/yesgreens/3504)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해진다.[각주:1] 반면 기성 정당 영역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은 '생태주의의 실현은 무한 성장을 지향하는 자본주의의 본질적 속성과 대립한다'는 요지로 적-녹 연합의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관해서는 김수민의 '녹색당 참여선언'으로 갈음한다. 꼭 읽어보길 권한다. http://kimsoomin.tistory.com/378)

사실 녹색당의 우경화는 이미 녹색당이 건설된 대부분의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당장 녹색당이 '집권했다'며 남조선 녹색당의 롤모델 쯤으로 종종 등장하는 독일의 경우가 그 대표적 사례다. 이 이야기에 관해서는 8월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자세히 나와 있는데, 그 중 일부를 소개한다.

(전략) ‘경제와 생태는 서로 잘 통한다’는 확신에 고무된 함부르크 녹색당은 15년 전부터 완벽한 행동 변화를 보여왔다. 오랫동안 좌파에 몸담은 함부르크 녹색대안당인 ‘녹색대안명부’(GAL·Grün Alternative Liste Hamburg)의 일부 창당 회원들은 1999년 연방 당국이 코소보전쟁 참여를 승인하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 문을 박차고 나갔다. 평화주의의 포기와 이후 코소보전쟁에서 흘린 피는 고등교육을 받고 가정형편이 넉넉한 신세대와, 정부기관이나 기업에도 호의적인 신세대 녹색 활동가들을 많이 양산했다. 함부르크 적-녹 연정의 대변인인 여성의원 안야 하즈덕은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인물이다. 심리학자인 그는 1995년 당원증을 발급받기 전까지는 녹색당을 찍은 것 말고는 한 번도 녹색당을 위해 시위해본 적이 없다. 2002년 분데스타크 의원으로 당선된 뒤, 그녀는 동료들과 똘똘 뭉쳐 부자들에게 부과된 부유세 감축을 승인했다. 이후 부유세 세율은 슈뢰더 집권 기간에 53%에서 42%로 낮아졌다. 그는 “좌·우파의 도식이 내게 믿음을 준 적이 없다. 녹색당이 경제개방을 한 것은 잘한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후략)

- <녹색당의 황금빛 아망>, 올리비에 시랑,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8월호

(전략) 피셔(요슈카 피셔 : 녹색당 출신 정치인. 독일연방공화국의 총리를 지냈다 - 인용자 주)는 2005년 선거 패배로 조기 퇴진하며 (중략) 다국적기업을 상대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 그는 컨설팅 회사 요슈카&코(CO)를 설립했다. ‘CO’는 1995~2004년 분데스타크 녹색당 대변인을 지낸 동업자인 디에트마 후버를 의미한다. BMW와 지멘스, 그리고 유럽의 거대 상설 할인마켓인 레베(Rewe) 등이 고객이다. 게다가 이 회사는 1년 전부터 투르크메니스탄·이라크·터키의 지도자들과 함께 나부코(Nabucco) 유럽 가스관 프로젝트 컨소시엄을 추진하고 있다. 공직을 떠나 사기업을 운영하는 전직 독일 외무장관에겐 적격인 프로젝트다. (중략) (녹색당 출신으로) 권력의 맛을 본 이들은 ‘색다른 정치’를 펴고 있다. 이를테면 이들은 자신의 의원 경력을 재계의 문을 여는 ‘마법의 열쇠’로 활용하고 있다. 2006년, 슈뢰더 정부에서 보건부 장관을 지낸 안드레아 피셔(요슈카 피셔와 인척 관계가 없음)는 제약업계 로비 전문 홍보 자문회사인 플레온(Pleon)에 합류했다. 그는 현재 보건업계를 상대로 ‘독립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베를린 녹색당 대변인 출신인 그의 동료 노베르트 셸베르크가 그를 돕고 있다. 셸베르크는 동시에 주요 고객인 약사연맹(VFA)의 이익도 옹호하고 있다. (중략) 미국 그룹 마스인코퍼레이티드는 ‘건강·영양·지속적인 개발’ 부서 총괄을 2005년까지 슈뢰더 정부에서 소비자보호 국무장관을 지낸 전 녹색당 의원 마티아스 베르닝거에게 맡겼다. 분데스타크 녹색당에서 기부금 조성과 기업 관계를 담당했던 전 녹색당 의원 마리안 트리츠는 현재 독일 담배산업의 로비스트로 일하며 흡연자 보호를 책임지고 있다. 그녀는 채용 당시 담배를 옹호하는 것이 “무척 흥분된다”고 했다. 하지만 모험을 좋아하는 그녀에게 향후 원자력산업에도 뛰어들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는 실망스러운 답변을 했다. (중략) 2008년, 13년간 분데스타크(Bundestag, 독일연방하원 - 인용자 주) 녹색당 의원을 지낸 마가레타 울프는 디클링아른트자문(Deekeling Arndt Advisors)에 합류했다. 그녀는 이 업체에서 ‘그린워싱’(겉으로는 환경친화적인 정책 또는 이미지를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환경을 파괴하는 등 다른 방향의 행위를 하는 것)의 미덕을 원자력업체들에 강연하고 있다. 울프의 줄타기는 원자력업체 EnBW에 취직한 녹색당의 역사적 인물이자 전 분데스타크 녹색당의 선동가 레조 슐라우흐의 줄타기와 거의 일치한다. 11년간 녹색당 의원을 지냈고 독일 텔레비전 에서 에너지 문제 전문가로 활동했던 미샤엘레 후스테트는, 현재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원자력업체인 RWE에서 ‘재생에너지’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 <돈방석에 앉은 요슈카 피셔'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8월호, 인용자는 나를 의미한다.


독일 뿐만 아니다. 프랑스 녹색당(Verts)도 애초에는 좌파정당으로서의 포지션을 잡고 출발했지만, 이후 이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별도의 녹색당(Cap21)을 창당함으로써 2002년 대선에는 생태주의를 표방하는 정당 출신 후보가 둘이나 나오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스웨덴 녹색당도 결국엔 득표를 위해 '고속철도 개발' 등 이른바 '녹색 성장' - '그린 워싱'의 대표적 수사다 - 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개중 뉴질랜드 녹색당 정도나 여전히 좌파적인 색채를 가지고 있다고 해야 할 상황이다.

남조선 녹색당의 미래

문제는 남조선이라고 해서 이렇게 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는 거다. 일단 남조선의 환경운동가 출신 명사 중 (거칠게 말해) 좌파적 색채를 띈 인물은 거의 없다시피한 상황이다. 환경운동연합의 대부라 할 수 있는 최열이 그렇고, 환경운동연합 출신 변호사 오세훈이 그렇다. 오히려 이들은 '중도적'이기는 커녕 이후 기득권층의 이익에 복무하는 모습까지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도 현재 환경운동연합 같은 환경운동이나, 생협이나 한살림 등 생태주의에 기반을 둔 협동조합의 주 참여층은 좌파 진영에서 설정하는 전통적인 '사회적 약자 계층'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나 생태주의적 식품을 판매하는 협동조합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여기에는 생태주의적 농사, 생산방식을 총칭하는 '유기농'에 '고급스럽다'는 이미지가 덧씌워져 도입된 영향이 크며, 궁극적으로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남조선 사회 자체적으로 '생태'라는 것을 기본적 권리가 아닌 부차적 권리로 여기고 있는 의식 덕이다.

이러한 여러가지 현재 상황 및 그동안 흘러온 맥락을 볼 때, 남조선의 녹색당 운동 역시 우경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나는 여기고 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적색과의 연합을 통해, 좌향좌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우향우는 막아야 한다고 보지만 과연 이것이 얼마나 실현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1. 그러나 김종철 발행인의 평소 이야기들을 놓고 생각해 보면 이것이 김종철 발행인이 하려고 한 이야기는 아니었을거라 생각한다. 이 날 이 발언을 요약해 옮긴 작성자의 의도가 개입됐을 거라 추측해 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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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클라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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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벌써 10월이었나. 나는 아직까지 9월인 줄 착각하고 있었다. 서두의 9월 30일은 착각이다. (가)녹색당의 창당발기인대회는 10월 31일에 열린다.

    2011/10/21 13:47 [ ADDR : EDIT/ DEL : REPLY ]
  2. 비밀댓글입니다

    2011/10/23 15:47 [ ADDR : EDIT/ DEL : REPLY ]
    • 아, 그렇군요. 역시 그랬네요. ㅎㅎㅎ. 지금은 정말 기대가 많이 됩니다.

      2011/10/23 17:29 [ ADDR : EDIT/ DEL ]
  3. 징검다리

    이 정도 조사와 관심이라니...저처럼 기대가 크시군요^^
    글 전체 내용중에는 사실이 아닌 부분도 많지만, 결론이 중요한거겠죠.
    결론만 본다면 저도 그런 우려를 하고 있고, 진보정당 출신 참여자들도 그런 걱정을 많이 합니다.
    저는 크게 3가지 길이 있다고 봅니다.

    1) 녹색 (생태주의에 동의하는 시민, 환경단체활동가, 환경단체, 생협회원, 생명-평화-동물단체 회원등)
    2) 적녹연대세력 (생태사회주의, 생태사민주의 동의하는 사람) +녹색
    3) 적색 + 적녹연대 + 녹색

    저의 결론은 2)번을 지향해야 한다고, 일부 진보정당 출신 혹은 여전히 진보정당이 정답이라고 얘기하는 분들은 3)번을 얘기합니다. 클라시커님이 얘기하는것이 2)번인지, 3)번인지 모르겠지만, 진보정당 출신 일부 분들이 3)번을 얘기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1)번을 지향하는 분들이 절대 동의하지 않습니다.

    3)번은 진보신당 창당정신에 가까운것이지만 실패했습니다. 녹색은 아주 일부만 참여했습니다. 물론, 그 당시 심-노등이 녹색정치를 포장지로조차 생각안한 탓이 무능이 있었지만요. 여전히 3)번안에 대해서 1)번을 추구하는 분들은 동의하지 않는데, 지향하는 바가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극복이라고 해도, 뭐가 자본주의 극복이냐? 적색은 산업주의(대량생산체제)를 인정하며 그곳을 기반으로 활동해왔는데, 산업주의(대량생산체제)를 극복하는 녹색사회를 지향하는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물론, 정교하게 동의할 부분에 대해 합의를 시도해 볼 수도 있겠지만,(예, 노동시간단축, 청년비대공장비정규직연대 등) 그런 합의는 정말 시간이 많이 걸릴것으로 예상합니다. 몇년 뒤가 되겠죠...

    하지만 2)번은 다릅니다. 아시겠지만, 진보정당 평당원들의 녹색수용성은 대단히 높습니다. 그리고 지역에서 녹색당에 버금가는 많은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진보정당에 대한 관성, 노동운동에 대한 막연한 부채의식만 아니면 녹색당 이름으로 활동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분들이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당원인 분들이 쉽게 녹색당으로 오기 힘든 상황이라 현실에서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녹색당은 이를 추진해야 합니다.

    결론은, 적색과의 연합은 진보신당 실험 실패로 끝났다. 적녹에 동의하는 좌파, 시민, 진보세력은 녹색과 연대해야 한다.

    2011/10/24 11:26 [ ADDR : EDIT/ DEL : REPLY ]
    • 사실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기 전부터 초록당을 지향하는 움직임들이 있어왔다 보니, 수박 겉핥기 식으로 자료들을 읽고 옮겨적은 탓이 큽니다.

      반면 2011년도 8월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기사는 재미있게 읽었고, 남한 녹색당과도 맥이 닿겠다 싶어 옮겨 적어 보았습니다. 이 올리비에 시랑의 기사가 이 글을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는데 큰 공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안면은 없지만 올리비에 시랑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

      각설하고, 말씀해 주신 세 안 중 2번과 3번의 차이는 결국 '누가 중심이 되는가'의 문제인지요? 물론 저 역시 2번이 진보신당의 창당 정신이었고, 이것이 실패했다는 지적에 동의합니다. 노와 심을 이야기하셨는데, 저는 그 둘보다는 당내에서 관련 당직을 맡은 이력이 있는 조승수의 무능력함 - 내지는 '나태함' - 에 더 큰 실망을 드러내고 싶습니다. 아마도 이 셋이 지금 추진하고 있는 '통합연대'에 대한 열의만큼이나 녹색정치에 대한 열의를 보였다면, 모르긴 몰라도 진보신당이 녹색정치 분야에서는 뭔가 해낼 수 있었겠죠. 창당 초에 태양열 발전시설 구좌도 모금하고, 옛 민노당 연수원을 개조해 생태체험 공간으로 바꾸는 일 등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적색이 대량생산체제(산업주의)에 일정 부분 기반하고 있다는 지적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인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결론에 대해서는 좀 격하게 동의가 되는군요. 그래도 뭔가 좀 서운하긴 합니다.

      2011/10/24 13:35 [ ADDR : EDIT/ DEL ]

폐업 전 이야기2011/09/07 00:09
뚜껑이 열렸다. 3분의 2를 얻지 못하는 수. 사람들은 '그러니까 진즉 당원총투표로 해야 하지 않았냐'라고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나오는 그런 말들은 그냥 죽은 자식의 불알을 만지는 일 뿐. 다른 방법이 있는데 하지 않아 아쉽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모름지기 사안을 두고 다투는 사람들이 어떤 방법이든 도출된 결론에 수긍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 시점에는 그런 믿음조차 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미 대세는 통합으로 기울어진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정치를 '힘을 얻는 것'이라 정의하고 실행할 때에, 여러 모로 통합을 하는 것이 정의한 '정치'를 실천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대의원들 역시 그런 생각에 어느 정도 동의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의 결과가 바로 '과반의 찬성'일 것이다. 여기까지는 나와 노, 심, 조 셋이 공유하는 지점인 것 같다.

다만 이 이후의 해석은 나와 그들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나는 복당파가 '매직넘버 10'을 얻지 못한 이유가, 매우 폐쇄적이고 상층부 중심주의로 흘러간 - 그리고 전혀 신당 사람들의 의지와 상관 없이 - 협상 때문이라고 본다. 한참 당내 의사소통이 벌어지고 있을 즈음에 당대표였던 조승수는 '무슨 일이 있어도 9월까지 통합해야 한다'는 등, 매우 조급한 발언으로 당 사수파들의 지적을 받았는데 이는 형식적 민주주의의 요건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조승수는 협상의 대표였고, 모름지기 대표란 대표하고 나선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조정된 것을 바탕으로 협상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역시 이해당사자 중 하나이기 때문에 자신의 정견을 발표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을 협상장에서까지 관철할 권리는 없다.

나는, 당대회에서 끝까지 찬성표를 던지지 못한 사람들이 이 부분을 문제삼았으리라 생각한다. 즉, 이번에 부결된 통합안은 '절차적으로 잘못되었기 때문에' 부결된 것이지, 통합 그 자체에 대한 부결은 아니라 해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지금 이 시점에서 흐트러진 당의 매무새를 가다듬은 후 다시 통합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노, 심, 조는 결국 '당외 투쟁'을 선언했다. 복당을 선택한 사람들 중에서도 탈당하겠다는 사람들과 탈당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혼재한 가운데, 이들의 거두 격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과감히 탈당을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못먹어도 고'를 외치는 것으로 봐서는 통합의 싹수가 아예 없다고 보는 것 같지는 않은데, 굳이 외곽 조직을 만들어 협상력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들은 이를 '민중의 염원'이라 할지 몰라도 역사적으로는 매우 좋지 않은 전례로 남을 것이다. 항상 세가 커지는 것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용인데, 이미 내용은 없고 껍데기만 남은 상황이다. 새로 내용을 채울 수도 있지만, 굳이 이 껍데기를 고수하겠다고 한다. 더욱이 이들에게 승복을 거부한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지금 당장은 이들에게 따뜻한 시선이 이어지겠지만, 결국 이 일은 나중에 이들의 운신의 폭을 줄이게 될 것이다. 결국 자신들에게 높은 충성도를 보였던 사람들이 떨어져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은 이들에 비해 충성도는 낮다.)

다른게 아니라 이것이 적전분열이다. 충분히 자신들이 가진 정치적 자산을 토대로 결과에 대한 '유리한 해석'을 이끌어 내 당 전체를 무기로 협상장에서 싸울 수도 있는데, (내 판단으로는) 매우 근시안적인 선택이 재분열을 낳고 있다. 신당과 민노당이 분당될 때는 '낡은 진보 청산'이라는 명분이라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셋에게 아직 때가 아니란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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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클라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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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클라시커

    쓰고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대세를 꼭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게 기본 입장이다. 하지만 대세가 존재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2011/09/07 00:29 [ ADDR : EDIT/ DEL : REPLY ]
  2. 비밀댓글입니다

    2011/09/14 15:53 [ ADDR : EDIT/ DEL : REPLY ]
  3. 이주홍

    흥미로운 내용이네. 그럼 진보신당 당원 대부분, 그러니까 2/3를 넘는 사람들이
    '대세'에 어느정도 공감하고 있다는 거? 이건 생각지도 못한 부분인걸...

    암튼 네 블로그는 내가 항상 모니터링하고 있음.
    댓글을 달고 싶기는 한데 스스로도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게 너무 많아서 쓰지는 못하고 있어 ㅋ
    그래도 보는 것만으로 내 신림동 고시생활에 소소한 낙이다 ㅎ

    2011/09/18 09:57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러나 집단탈당 등 강력한 움직임이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보아, 평당원을 대상으로 한 투표를 했어도 3분의 2가 나왔을지에 대해서는 장담 못할 것 같당.

      2011/09/18 18:50 [ ADDR : EDIT/ DEL ]

폐업 전 이야기2011/08/18 01:34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의료미래위원회가 새로운 건보료 부과체제를 심의·의결했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차를 줄이고, 그동안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재되어 건보료 부과를 피해온 자산가들에게도 의무를 지우기 위해 금융·임대소득을 포함한 종합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제까지 직장가입자들의 경우에는 종합소득[각주:1]이 아닌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가 산정·부과되었다. 따라서 재산의 보유정도 및 종합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납입해야했던 지역가입자들보다 적은 액수를 납입할 수 있었다. 이에 대규모의 자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건보료 납입을 지원하는 업체에 위장취업하여 직장가입자로 편재되거나, 혹은 직장에 다니는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재되어 건보료 징수를 회피하거나 적은 건보료를 내는 일이 왕왕 있어 왔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경우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금융소득 4천만원의 진실

일단 이번 의결은 '소득에 따라 차별없이 건보료를 걷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고, 따라서 좋은 평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어느 정도의 종합소득자에게 부과하겠다'는 기준이 없는 점은 크게 아쉽다. 어떤 언론에서는 현행 기준인 '금융, 연금소득 4천만원 이상' 언저리에서 결정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던데, 만약 최종적으로 그런 결과가 나온다면 "만만한 유리지갑을 보유한 봉급생활자들을 대상으로 한 건보료 인상폭탄"이라는 평을 피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최근 뉴스를 보면 금융소득이 4천만원 이상이었다고 국세청에 신고한 사람은 국내에서 단 5만 여명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조세일보의 "종합소득세 신고 '5월' 부자들의 절세전략 백태"란 제호의 기사를 보면 자산가들이 얼마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신의 금융자산을 줄이고 있는지를 간단히나마 엿볼 수 있는데, 내용을 간단히 보면 사전증여나 부담보증여, 부부공동명의 등록, 현금화 등을 통해 자신의 금융자산을 줄이고 있는 것 같다. 결국 금융소득이 4천만원을 넘는다고 신고하는 사람들은 절세 방법을 잘 모르거나, 혹은 정말 돈이 많아서 주체를 하지 못하는 경우인 셈이다.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을 생활의 기반으로 하는 사람들

반면 영세사업자에 대한 건보료 징수는 매우 지독하다. 건보 공단의 규정을 보면, 등록된 사업자는 1원 이상/미등록 사업자는 500만원 이상의 소득이 감지되면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재되지 못한다. 상당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금융소득이 4천만원이 안된다는 이유로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재되는 것이 가능한 경우가 명백히 존재하고 있음을 떠올린다면, 등록이든 미등록이든, 사업소득을 기반으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에게는 건보료 징수가 매우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건강보험의 재정적 기반은 소득 파악이 쉬운 봉급생활자나 정직하게 소득을 신고하는 사업자에게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건강보험의 부과 기준이 이동해야 할지는 명확한 셈이다. 건보료 부과 논란에서 비켜서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1. 종합소득 = 이자소득 + 배당소득 + 부동산임대소득 + 사업소득 + 근로소득 + 일시재산소득 + 연금소득 + 기타소득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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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전 이야기2011/08/08 09:14
아, 물론 진보(개혁)가 잘났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진보는 어제도 그랬지만, 오늘도 그렇고, 아마 내일도 지금같이 시궁창같은 상태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딱히 무슨 근거가 있어서 하는 주장은 아니다.

각설하고, 이 글에서는 무엇을 이야기할 것이냐면. '좌파, 우파'라 규정해야 할 시점에 왜 '진보, 보수'라는 말이 횡행하느냐다. 특히 반이명박 계열에서는 '진보'란 말이 무슨 '이명박 싫어'와 동급처럼 취급되는 것 같다. 덕분에 '진보'라는 말은 그 자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더 나은'이란 선명한 이미지를 실추하게 되었는데, 나는 이것이 매우 정치적이고 권력적인 언어 사용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일단 왜 '진보'란 말이 '좌파'란 말보다 선호되는가를 생각해보자. 일단 '좌파'란 말이 가진 역사적인 어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분단 국가였고, 이로 인한 몇 번의 갈등이 계속되는 동안 '좌파'란 단어는 곧 '북조선을 흠모하거나 혹은 그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자, 혹은 그 일원' 쯤으로 규정되어 버렸다. 최근에야 진보정치세력의 급격한 우경화로 인해, 그리고 밑도 끝도 없이 모든 것을 희화화시키는 현 정부 덕에 스스로를 '좌파'라 규정짓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말이다.

이 이유도 이 이유지만, 나는 언론이나 정치세력에서 '진보'란 말을 선호하는 것이 곧 이들의 기득권 유지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야권의 주 전략은 '한나라당, 이명박 네거티브'인데, 이러한 네거티브의 원동력은 '한나라당 정권은 보수, 우리는 진보'라는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한다. 즉, "현재의 정권은 '보수'인데 이러이러한 나쁜 상황들이 연출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진보'니까 (적어도) 이런 나쁜 상황들은 연출이 안 되지 않겠냐?"는 기대감에 호소하는 전략[각주:1]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몇몇 사람들이 '진보'라는 단어보다 '좌파'라는 단어를 생각하고, 이를 가지고 현 정치세력의 분류 기준으로 활용한다면 상황은 크게 바뀔 수밖에 없다. 모르긴 몰라도, 현재 '진보(개혁)' 진영의 맏형 뻘 쯤 되는 민주당은 (정도의 차이는 물론 있겠지만) 한나라당과 같은 범주인 '우파'에 속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민주당은 그들의 집권 플랜에 큰 타격을 입게 되는데, 역시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더 이상 그들의 존재를 한나라당과 구분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향신문이나 (특히) 한겨레, 오마이뉴스 같은 '진보' 언론에서, 그리고 힘 있는 야당이, 마치 '진보'가 야당 전체인 것처럼 호도하고, 덩치를 기준으로 '요즘 대세'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그들이 '우리편으로의 정권교체'를 희망하기 때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문제는 이런 얄팍한 프로파간다에 놀아나는 일부 '진보' 정치세력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진보' 정치세력은 불과 몇 전까지만 해도 한 줌이 채 되지 않았다. 2008년 총선까지만 해도 '진보 정치 세력'은 민주노동당이 자임했고, 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은 중도나 혹은 중도 우파를 자임했다.[각주:2] 2004년의 총선에서 이들은 "(한 줌도 안되는) 진보정치세력에게 표를 주면 사표가 된다. 우리(열린우리당)에게 표를 달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기도 했다.[각주:3] 그런데 2011년이 되자, 기존에 중도(우파)를 자임했던 사람들이 정치, 경제, 사회적 입장은 그대로 유지한채 스스로를 '진보'라 이야기하고 민주노동당을 전신으로 하는 제도적 진보정당들에게 '우리가 남이가!'를 시전하고 있다. 재밌는 일이다. 이래서 정치를 살아있는 동물에 빗대는 모양이지. 훗.
  1. 사실 이건 한나라당이 되로 주고 말로 받는 형국이랄까. 노무현 정권이 무능한데, 우린 다를거야!라 주장하며 무려 '경제 대통령 이명박'을 내세웠던게 2007년의 상황이었다. 이게 똑같이 되풀이되고 있는 상황이니, 격세지감이라면 격세지감이랄까. [본문으로]
  2. 이건 내 얘기가 아니라, 정말 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이 자신을 이렇게 정의했다. 못 믿겠으면 그 당시 이들 정당의 강령을 읽어보라. 첫 머리부터 스스로를 중도(우파)라 정의하고 있다니까? [본문으로]
  3. 이 말을 누가 했는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겠나 싶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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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전 이야기2011/07/27 02:23
요새 심 선생님의 행보가 심상찮다. 엊그제는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시더니, 오늘은 레디앙과 인터뷰를 하셨다. 한진중공업 일과 관련해 단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두 언론매체 모두 그것보다는 심상정의 향후 '정치적 행보'에 더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이 두 인터뷰에서, 역시 심상정 선생님은 자신의 지론인 연립정부론을 설파하셨고 두 언론 모두 부제나 중간 제목으로 이를 끼워넣기에 바빴으니 말이다.

앞서 작성했던 포스트인 '분점 정부 구성은 가능한가'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남조선의 현행 의회제도 및 정치문화상 분점 정부 구성은 매우 어렵다. 위 포스트의 논지를 간단하게 다시 이야기하면 이렇다. 현행 헌법상 국무위원의 임면권은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다. 의회는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수는 있지만, 대통령의 임면을 저지할 수는 없다. 따라서 현재 제도에서 각료 배정을 통한 분점 정부의 구성은 법률적 근거가 없이, 어디까지나 정치적 합의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남조선의 정치문화 '전통' 상 정치적 합의란 것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시민회의'니 하는 감독/중재자로서의 존재들, 이들의 영향력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설령 이들이 '합의 파기'를 이유로 낙선운동과 같은 정치적 행동을 하겠다고 선언을 해도 그 뿐이다. (아마 이들이 눈꼽만큼의 영향력이라도 있었다면 진작 한나라당은 정권을 잡지 못했을 거다.) 그렇다.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다시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만 한없이 들이키는 상황, 그것이 분점 정부 구성이다."

쯤 될 것 같다.

따라서 나는 심상정 선생님께 분점 정부 타령은 그만 하시고,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주장을 하시라 부탁드리고 싶다. 남조선의 정치체제를 현행 대통령 중심제에서, 분점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인 내각제로 전환하자고 하시거나 아니면 예전부터 진보세력이 할 말 없으면 휘둘러 왔던, 전가의 보도인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도입이라도 주장하시면 좋겠다는 거다.

결국 권력을 획득한다는 것은 곧 시스템을 장악한다는 의미인데, 시스템이 우리 편이 아닌데 어떻게 권력을 (분할해서) 얻겠다는 걸까. 물론 정치적 합의에 의해 신뢰를 바탕으로 모두가 하하호호하며 권력을 분점하는 현실이 2012년의 남조선에서 실현될지도 모르겠고, 가능하다면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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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주홍

    원래 진보 정치인쯤 되시면 저 먼 푸른하늘을 바라보시면서 꿈을 읊어 주시는 맛이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제도가 대통령제건 내각제건 다수대표제건 비례대표제건
    분점정부 혹은 그에 준하는 정권분절화를 바란다면 진보세력이 그에 합당한 세력이 되는지부터 봐야겠지.
    근데 신문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처럼 진보세력에는 '스타성'높은 정치인이 여럿 있기 때문에
    총선에서 선거연합 형성시 꽤 득이 있을 거라는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거야? 너나 신당이나.

    2011/08/07 01:10 [ ADDR : EDIT/ DEL : REPLY ]
    • 뭔 얘기여... 아무리 진보정치인이라고 해도 권력 쟁취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는 그만한 근거는 두고 말해야 하는거다. 너 내가 만약 "내가 내일 모레 대통령이 될 수 있을건데, 한 자리 시켜주마"라고 말하는 거 듣고도 '청운의 꿈을 읊는구나'라 태평하게 생각할래? 아마 모르긴 몰라도 넌 분명히 '저 새끼 무슨 개소리야'라고 가슴 속 한켠에서나마 생각할거다.

      진보정치세력이 권력을 획득할 만한 세력이 되느냐 마느냐를 결정할 수 있는 가장 큰 기준은, 다른게 아니라 제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꿀 수 있냐, 없냐 쯤 될거라고 나는 본다. '우리는 이렇게 순결하고 능력있는데, 우리를 위해 제도를 바꿔주시지 않겠어요, 잘생긴 보수 정치인 여러분들?'이라고 암만 말해봐야 소용없는 거 아니겠냐.

      총선에서 선거연합 형성시 꽤 득이 있을거라는 말은 잘 모르겠다. '스타성'이 있다고 해도, 그건 정치인들 개인의 당락에나 영향을 미치지 '좌파 정치' 그 자체에는 득이 되기가 어렵지. 정치연합을 하나의 군집체로 보면 그들에게는 도움이 되겠지. 한 자리 얻는게 얼마나 소중한 일이냐.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신당은 그냥 "모두 다 좋은게 좋은거임"이라 생각하려나.

      나한테 더 이상 신당에 대해 물으면 안되지, 신당에서 뛰쳐 나온지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고만.

      2011/08/08 08:41 [ ADDR : EDIT/ DEL ]

폐업 전 이야기2011/06/02 21:08
나는 어제 '그대, 잘 가라'란 제목의 글을 써 올린 바 있다. 그런데 오늘 하루종일 오가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특히 이 글을 읽고나니 내가 너무 졸렬했다는 생각이 들어 (아무도 신경쓰지 않지만) 나름의 사과문 겸 반성문을 쓸까 한다.

나는 왜 협상안에 분노하는가. 생각하고 보니 그럴듯한 이유가 없다. 아마도 민노당에 대한 일종의 '습관적 분노'가 아닐까 싶긴 하다. 물론 변명하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내가 신당에서 당원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벽'을 여기서도 또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벽'에 대해 구차하게 부연하자면,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신당의 지도부는 생각보다 단단했다. 촛불집회 때도 쏟아지는 제안들을 소화하지 못했고, 이후의 국면에서도 적극적인 당원들의 요구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었다. 이 분위기를 한 문장으로 압축하자면 합의문을 게재한 신당 공지사항에 달린 어떤 당원의 덧글, '회의록 올려달라는 요구에는 2-3일이나 미적거리다가, 당 망한다고 하니 즉시 올리네'. 그 자체였다.

당원들의 요구에는 꽤 늦은 대응을 하다가도, 이상하게 대표가 하는 일에는 무리없이 착착 진행되는 집행부였다. 노 대표 때는 물론이고, 조 대표 때도 별로 달라진 것은 없어보인다. 늘상 대표와 비서실, 사무총장과 기획실이 중심이 되는, 전형적인 대표 직계 체제로만 움직여왔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랬다.

그럼에도, 어쨌거나 이들이 그동안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지며 일해 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다구리 당하는 노심조가 08년에 민노당을 탈당하며 말했듯, 그들은 (적당히 타협했다면 겪지 않았어도 될) 풍찬노숙의 시대를 보냈다.[각주:1]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 그동안의 수고에 대해 심심한 감사를 전해도 그다지 낯뜨거운 일은 아닐 것이다.

어쨌거나 민노당과의 협상을 거부할 수는 없게 된 형국이 되었다. 신당 자게에서도 누누히 나왔듯, 민노당의 입장에서 볼때 신당은 그다지 아쉬운 협상대상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부채는 다달이 늘어나고, 지지도는 지지부진하니 아마도 가만 놔뒀어도 당은 없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여튼 모두들 감사하다. 이 당이 아니었다면, 내가 어설프나마 '한때는 나도 진보정당의 당원이었다'라 말할 수 있는 시절을 만들 수 있었겠나. 이 당에서 많은 좋은 분들을 만났고, 적어도 어떤 사람과 일을 해야 하는가, 어떤 사람을 믿고 일해야 하는가에 대한 나름의 가치 기준을 세울 수 있었다. 그 점에서 내게 진보신당은 전혀 1.7% 짜리 기억이 아니다.

더불어 앞으로는 할 수 있는 일에만 매진하고 싶다. 아마 내가 땀내나게 뛰었다면 당이 이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면 나는 항상 관전자의 위치에서 냉소적으로 말하기에만 바빴던 모양이다. 어리석게도 아무 데도 갈 수 없는 지금이 되어서야, 이제는 할 수 있는 일을 땀내나게 해봐야겠다는 오기가 든다. 지구는 둥그니까 우리는 어디에서든지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웃으면서 만나자. 아디오스!
  1. 다른 이야기지만, 나는 복당과 함께 이 셋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이 셋이 나서지 않았다면 분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물론 각자의 판단에 따라 민노당을 떠났으니 이들이 그래야 할 의무는 없다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셋, 아니 노와 심의 결단은 분당의 중요한 촉매제가 되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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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전 이야기2011/06/02 00:07
이도저도 아닌 회색분자의 입장이라, 입을 여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해야 할 말은 해야겠다.

# 합의문에 대하여
일부에서는 '그래도 우리당의 입장을 잘 반영한 합의문 아니냐'는 반응이 있는 모양인데, 그런 식으로 친다면야 어떤 협상인들 다 성공적인 협상이 아닌게 있으랴. 이 분들은 합의문 중 대표적으로, '"북의 권력 승계 문제는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려우며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존중한다'는 부분을 들어 '북 정권 비판 가능'이란 신당의 지상과제가 해결되었다고 외치고 싶은 모양이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그 앞의 '새로운 진보정당은 6.15 정신에 따라 북의 체제를 인정하고'가 아니겠는가. 이 문구를 조금 윤색해 말해본다면, '6.15 정신에 따라 북의 체제를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나" (사람에 따라) 이에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이것은 존중될 "수 있다"' 정도의 말일 뿐이다. 이견이 있고, 그 이견이 존중되어야 하는 것은 꽤 마땅한 일임에도 이것을 새삼스레 확인하고는 "우리의 과제가 해결되었다!"고 외치는 것은 전형적인 침소봉대이자 아전인수일 뿐이다.

# 합의 과정에 대하여
사람들은 이명박을 가리켜 '불도저'라 말하며 비난하지만, 사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보인 진보정당의 지도자란 것들도 이 '불도저' 못지 않았다. 윗대가리가 까라면 까는 '품성'을 지닌 민노당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게 싫어서 뛰쳐나온 진보신당의 지도자들도 단 한 번의 총의형성 과정 없이 자기들 마음대로 도장 찍고 다닌건 불도저와 다르지 않았다. 일찍이 이런 비슷한 일이 지난 지방선거 당시, 야권연대 협상 과정에서도 있었다. 이 때 신당 측 협상대표였던 정종권은 "협상 전략을 노출할 수 없기 때문에 당원에게 내용을 공개하고 묻는 것은 애당초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모르긴 몰라도 이번에도 역시 이런 생각이었으리라. 아니, 누가 협상 전략을 알려달랬나? 당원들은 그냥 협상 테이블에서 오고 간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달라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애당초 당신들에게 노출될 협상 전략이라 할 만한게 있긴 했던가? 그 수준에? 그 머리로?

# 탈당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탈당하고 있다. 전략적 측면에서 볼 때는 말리고 싶은 일이다. 어차피 이 합의안이 받아들여지느냐 마느냐는 6월 말의 당대회에서 결정된다. 그때까지는 약간의 여유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당원들은 자신들의 판단에 의해, 대의원들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온갖 퍼포먼스를 이 기간 동안 하는 것이 맞다. 탈당을 하는 것은 지금 당장의 괴로움을 잊을 수는 있겠지만, 일이 그르게 흐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결론적으로는 지금의 탈당이 역선택을 가져오는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당대회에서 부결되면 부결되는 대로, 가결되면 가결되는 대로 사단은 사단대로 나겠지만 그때도 탈당은 할 수 있다. 따라서 해 볼 수 있는 만큼 해보고 하는게 더 재밌으리라.

사실 '선도탈당'의 아주 나쁜 예를 들라면, 바로 진중권 되시겠는데 이 양반은 신당 초기에 나다닌 강연에서 자신이 '조승수보다 먼저 탈당한 선도탈당파'라 자랑하고 다닌 바 있다. 근데 지금 보면 또 신당에서 '탈당'했고, 이 양반의 비아냥이즘 수치로 미뤄볼때 아마 당이 박살난 이후 다니는 강연에서 '제가 민노당과 신당에서 모두 선도탈당한 사람입니다. 제 식견이 이 쯤 되죠.'라 말하고 다닐 치다. 사실 뭐 우리도 이 길을 가게 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지 않은가.

이상 탈당자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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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주홍

    ㅋㅋㅋㅋㅋ 아 재밌는데

    2011/08/07 00:54 [ ADDR : EDIT/ DEL : REPLY ]

폐업 전 이야기2011/05/15 01:06
오랜만에 라디오를 듣다가 김어준이 새로 시작한다는 꼭지를 들었다. 평소에 '그쪽'에 밝은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한동안 '김어준을 MBC가 섭외한 것이 김미화를 쫓아낸 것을 물타기하기 위해'란 설이 돌았다고 한다. 실제로 주위의 몇몇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꺼내며 김어준을 만류했으나, 김어준이 "상관없다. 들어가서 신랄하게 까주겠다"고 하여 섭외가 이루어졌다고도 전한다.

생각해보면, 연예인들이 정치권과의 커넥션을 토대로 정계에 입문하거나 혹은 지원유세에 동반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정치에 관여한 역사는 길다. 또한 정치권이 특정 연예인들은 문제삼는 것도 흔했고. 가령 신중현의 경우에는 후자의 케이스인데, 자신과 관련한 노래를 지어달라는 박정희의 부탁을 거절해 대마 사건에 휘말렸다는 설이 있다. 이주일 같은 경우엔 권력의 탄압과 단맛을 모두 맛 본, 좀 특이한 케이스인데, 연예계 생활 초반에는 '못생겼다', '각하와 닮았다'는 이유로 출연금지를 당했다가 이후에는 인기를 바탕으로 국회의원을 해보기도 한 전력이 있으니 말이다.

이런 사례들이 있는 고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치인과 연예인의 커넥션이 드러나면 너무 쉽게 그 연예인들을 배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한국 같은 경우엔, 고질적인 지역감정과 맞물려[각주:1] '자 진영'의 연예인과 '타 진영'의 연예인이 쉽게 갈리는 것도 같고 말이지. 좀 지루하겠지만 또 예를 들어본다면, 남진과 나훈아는 각각 전라도와 경상도를 대표하는 가수였던 것은 물론이었고, 더불어 야권과 여권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었으니까.[각주:2] 연예인이란 것이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또 대중의 열망을 - 비록 그 자신이 원하지는 않지만 - 투영할 수 있는 존재란 점에서 이런 현상은 어쩔 수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이 '어쩔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과 '바람직하다'고 보는건 또 다르겠다. 지금 이 시점에 대표적인 친노 혹은 친 민주당계 정치인들이 예전에 비해 많은 일감을 갖지 못하는데 비해, 대표적인 친이 혹은 친한나라당계 정치인들이 범정부 차원의 CF들에 앞다투어 등장하는 모습은 당연히 바람직하지 않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과거 정부에서는 진영만 바꾸어 같은 일이 있었다고도 한다. 결국 정권의 입맛에 맞추어 특정 성향을 가진 혹은 지지하는 연예인들이 자신들의 생업에 타격을 입는 셈인데, 이 역시 당연히 바람직하지 않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성향과 연예인을 분리해 사고하는 것이 아닐까. 막말로 최수종이 이명박을 지지한다고 해서, 그가 연기하는 모든 것이 이명박을 미화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반대의 경우 마찬가지다. 대부업체 CF 출연으로 이목을 잠시 모았던 대표적 '친노 연예인' 명계남이, 그 CF 속에서 그렇게 애닯게 부르는 '서민금융을 꿈꿨으나 지금은 영정 속 사진으로만 남은' 사람이 노무현일 리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ps. 그나저나 진보와 친했던 연예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걸까. 단순히 '친해서' 노회찬을 지지하는 박중훈은 논외로 한다쳐도 이금희나 문소리는 어디에 있나. 사실 내가 고민할 부분은 '이들은 왜, 무엇 때문에 떠났나'일지도.
  1. 다른 나라에도 지역감정이란게 흔하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그 나라들에서는 아직 살아보지 않아 이런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본문으로]
  2. 좀 다른 이야기지만, 실제로 남진은 김대중의 선거운동을 열렬하게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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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는 한국의 경우엔 '지역감정'이라는 말은 현상을 바르게 나타내지 못하거나 왜곡시키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차별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암튼 그건 그거고, 이금희 같은 경우엔 '연예인'이라고 할 수는 없죠. 노회찬을 지지했던 것도 정치적 의식에 따른 것이 아니라 그의 인품이나 인물적 매력에 반해서 그랬던 거고요. 얼마 전 선거에선 박찬숙이었나?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는 활동도 했답니다. 그리고 지금도 아침마당 잘 진행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고요.

    이주일의 경우도 박통 말기에 이미 톱스타의 반열에 올라섰었기 때문에 전통 정권도 그를 마냥 함부로 대하진 못한 걸로 알고요.

    2011/05/30 22:23 [ ADDR : EDIT/ DEL : REPLY ]
    • 아침마당 진행하는거야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관계없이 밥은 먹고 살아야 한다'는게 애초의 논지이므로, 별 상관은 없어 보이긴 한데요. 박찬숙을 지지했었군요? 생각보다 노회찬과의 관계가 복잡하진 않았던 모양이네요.

      이주일의 경우에는 제 기억이 좀 틀린 모양인지. 못 생겨서 출연금지 당한건 그렇다손 치더라도, 제가 어렴풋하게 기억하기로는 이주일이 전통을 닮아 방송을 나오지 못했었던 적도 있다고 해서요.

      지역감정보다는 지역차별이라. 듣고보니 그 말씀이 맞군요. :)

      2011/05/31 00:04 [ ADDR : EDIT/ DEL ]

폐업 전 이야기2011/05/08 22:22
며칠 전 MBC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사랑'을 봤는지 모르겠다.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고 어두운 삶을 살았다가 결국 임신한 채로 수감, 교도소 내에서 아이를 낳아기르던 (그리고 지금은 출소해 시설에서 아이와 함께 살고 있는) 어떤 여성의 이야기였다. 그의 인생보다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그의 아이가 '한부모 자녀'란 이유로 받고 있던 육아기관 지원금이었다. 비록 시설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해 얻은 임금으로 아이와 살 방 한 칸을 마련하는 꿈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 이 '지원금'은 큰 도움이라고 나레이션은 말한다.

물론 튼튼한 안전망 구축 대신 몇 푼의 돈을 쥐어주는 것으로 책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혹자들은 말할 수 있다. 나 역시 그런 측면이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에게 지금 현재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그 '돈 몇 푼'이지, 숭고한 '보편적 복지'라는 말 따위가 아니라는 것 역시 엄연한 현실이다.

이러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대체 진보정당의 '새로운 출발'이 무슨 소용이며, '대연합'이라는게 무슨 소용인가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소위 대연합을 주도하겠다는 어떤 단체는 전면에 '복지'를 내걸고, '복지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있다고 '이야기'만 들었지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그 복지국가를 건설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들어본 바가 없다. 진보대연합이라거나,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말하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히 몇몇 제 세력들이 한 깃발 아래 모여 덩치만 키울 수 있다면 만사가 형통할 것처럼 말한다.

사람이 모이면 힘이 생기고, 힘이 생기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관철'할 수 있다는거야 이 세계의 비정한 현실이자 이치이긴 하다. 하지만 이들이 '권력'이란 것의 최변방에서만 머물렀던 것도 아니다. 비록 적은 수긴 했지만 몇 석의 의원석을 얻었고, 다른 정당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액수였지만 '세비'란 것을 받으면서 빚내서 정치하겠다는 부담도 좀 덜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정치'의 내용은 이전의 배곯던 시절에 비해 재미도, 감동도 없고 질도 크게 떨어진 것 같다.  원외에 있을때 그렇게 '가열차게' 주장했던 부유세 신설이라든지, 무상급식 조례안 제정이라든지 하는 나름 신선한 이야기들은 사라졌고 진보정치세력의 모든 정치기획은 선거와 표 동원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이명박의 집권과 분당 이후에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자신들을 '진보'라 칭하는 모든 세력들의 입에서는 담론이란 것 자체가 안개처럼 사라져버렸다. 더 이상 그 누구도 소수자 문제나 인권과 같은 '나부랭이들'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진보' 정치세력들은 한국 사회를 지금보다 더 새롭게 만들 수 있는 정치기획을 할 시간에, '어떻게 하면 의석 하나를 더 얻을까'나 '어떻게 이명박 정부를 때리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만을 고민하고 이에 '진보' 언론들은 덩달아 춤을 추고 있다. 한심한 일이다.

비전도 주지 못하고, 그저 합치는 것 이외엔 미땅한 기획도 없는 정치세력보다는 돈 몇 푼이 더 현실적인 도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대로라면, 진보정당은 절대 인민의 삶을 낫게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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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클라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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